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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보건 사업 현장에서의 답 없는 고민들] Community Health Worker에 대한 단상 (이인석)

국제보건 사업은 수학이 아니다. 따라서 각 문제 해결을 위한 깔끔한 공식과 명쾌한 정답이 없다. 물론 몇몇 사업은 깔끔하게 정리되는 것이 있지만 대부분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답이 없는 분야의 사업들도 정답으로 가는 큰 방향은 오랜 시간, 여러 훌륭한 분들의 노고로 인해 잡혀있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모성사망을 줄이기 위한 핵심은 산모들이 시설에서 분만하게 하고, 시설에 왔을 때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끔 의료인력의 수준, 의료기기, 의약품 등이 준비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방향은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하다.

내가 탄자니아 신양가 주의 키샤푸 군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모성건강증진 사업이다. 위에서 언급한 한 문장이 가능해지게 하기 위한 사업인데, 이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세부 활동들은 30개가 넘는다.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는 만큼 모성사망 감소에 가장 큰 효과를 선사해줄 방향을 찾는 것은 쉽지가 않다. 아주 숙달된 전문가 선생님들은 다를 수도 있지만, 나 같은 초짜 사업책임자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나도 국제보건을 글로만 배울 때에는 이 정도로 애매한 것들이 많을 줄 몰랐다. 그냥 이렇게 가면 이렇게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였다 (현장에 계셨던, 계신 모든 분들 존경합니다). 어쨌든 나 같은 초짜가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공부하고, 많은 선배님들께 질문하고, 토론하고, 현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배워나가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현장에서 겪었던 답 없는 고민들과 이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어떤 작업들을 했고,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많은 선배님들과 전문가 분들의 날카로운 비판을 기대하며.

첫번째 고민은, Volunteer-based인 탄자니아의 마을보건요원 (Community Health Worker, CHW)들을 어떻게 하면 열심히 일하게 할 수 있을까이다. CHW들의 역할과 보상체계 등은 나라마다 다르다. 이들에 대한 보상체계는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 첫 번째는 정부에서 이들을 의료인력으로 지정하여 월급을 주는 것이다. 이 경우의 CHW들은 최종학력도 상대적으로 높고, 기본 교육 기간도 훨씬 길다. 두 번째는 주요 활동들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산모를 시설분만 시켰을 때 얼마를 준다든지, 마을에서 약을 팔 수 있는 권한을 준다든지 등이 되겠다. 마지막이 Monetary 보상 없이, 자전거, 가방, 셔츠 등만 받고 Volunteer로 일하는 것이다. CHW를 활용한 사업을 진행할 때 이들의 역할과 보상체계는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시스템을 따르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렇지 않은 기관도 많다)이다. 따라서 탄자니아에서 CHW 사업을 하려면 이들을 Volunteer로 활용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게 참 쉽지가 않다.

그 전에 탄자니아 키샤푸 지역의 CHW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분석해보자. 탄자니아에는 마을마다 2명의 CHW들이 있는데, 키샤푸 전체 인구는 390,000, 마을은 109개다. 그럼 마을마다 약 3,600명의 사람이 살고 있고, 한 명의 CHW가 관리해야 되는 사람이 약 1,800명 정도 되는 것이다. 인구밀도는 엄청 낮아서 이 집과 저 집이 마을 이름을 공유한다는게 신기할 정도이다. 그리고 탄자니아의 CHW들은 주로 모자보건증진 활동에 집중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의 커리큘럼과 교육자료를 보니 교육 내용과 해야 되는 일들이 너무 많다. 교육 커리큘럼은 USAID와 함께 굉장히 잘 만들어져 있는데, 예산 부족으로 키샤푸 같은 시골 마을에서는 단 한번도 진행된 적이 없다. 그러니 이들은 CHW로 뽑히기만 했지 아는 것도 없고 뭘 해야 될지도 몰라서 보건소, 보건지소 청소만 하고 있다. CHW로 뽑기만 하고, 제대로 된 교육 한번 해주지 않은 상황에서 모자보건 증진을 위한 수많은 일들을 해줘야 해! 그것도 Volunteer! 이건 기본적으로 말이 안된다. 내가 키샤푸를 처음 방문한 20149월의 상황이 이러했고 이것이 키샤푸 지역 CHW들이 가지고 있는 핵심 문제였다.

그래서 일단 시작점은 교육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마을마다 CHW들을 한 명씩 추가로 더 뽑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 중앙 보건부 담당 국장, Regional Health Management Team (RHMT), Council Health Management Team (CHMT)들을 차례로 만나 설득했다. 쉬운 일일 줄 알았는데 이것도 쉽지가 않았다. 처음에 4명도 얘기했는데 그건 절대로 안된다더라… CHW 선발은 마을의 Committee에서 담당한다. 기본 조건은 초졸 + 스와힐리어를 읽고 쓰는 능력이다. 마을마다 3명의 CHW를 뽑아놓고 교육을 시작했다. 329명의 CHW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고, 30명씩 나누어 11번의 교육을 진행했다. 한 세션 당 3주가 걸리는데, 329명의 CHW 교육을 완료하는데 준비기간까지 합치면 약 5달 정도가 걸렸다. 교육이 끝난 CHW들에게는 활동에 필요한 Job aid, 자전거, 가방, 셔츠를 나눠주었다. 자전거 329대를 키샤푸에서, 신양가에서 구하는 것은 불가능 했기에 3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에서 조립하여 트럭 2대에 나눠 가져와서 나눠 주는 것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교육이 끝나고 이들이 CHW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야 할 때부터 제대로 된 문제, 나의 첫 번째 고민이 시작된다. 이들은 Volunteer들이다. 교육기간 중 받은 per-diem, 자전거, 가방, 셔츠가 이들이 받은 모든 것이고, 이들이 해야만 하는 역할은 크다. 개인적으로 CHW들의 Motivation 문제에 대해 많은 시간 고민을 해오고 있었다. 사업 진행을 하면서도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지금도 고민 하고 있고, 공부하고 있다. 2014년과 2015년에 나온 SCOPUS에서 검색되는 CHW 관련 논문들은 대부분 읽었다. 특히 Motivation 관련 논문들은 정말 열심히 읽었다. 결론적으로 CHW들에게 가장 큰 Motivator는 돈이다. 하지만 그것만큼 큰 Motivator는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받는 인정과 존경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마을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농부, 주부들이었다. CHW가 되었다고 해서 그들의 주업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들에게는 모자보건에 대한 지식이 생겼다. 보건의료에서의 정보 비대칭성은 큰 문제이기는 하나, 이는 CHW들에게는 아주 큰 Motivator로서 작동한다. 마을 사람들이 건강 관련 문제가 있을 때 와서 물어보고, 우리 마을 건강 지킴이라고 불러주고, Dispensary의 의료인력들과도 엄청 친하다. 이러한 것들이 volunteer-based CHW들에게는 너무나도 큰 Motivator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CHW들에게 가장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은 마을 리더들이다. 각 마을에는 Village Executive Officer, Village Leader가 있고, 그 윗 단위인 Ward에도 Ward Executive Officer, Ward Leader가 있다. 키샤푸 군의 전체 리더들을 다 합치면 약 300명 정도가 된다. 이들을 전부 모아 Community Leader Meeting을 개최했다. 이들에게 CHW들의 중요성, 효과성 등을 설명하고 당신들의 협조 및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하루 종일 설명했다. 그리고 보건소, 보건지소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인력들에게도 환자들을 볼 때마다 CHW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고 얘기하며 돌아다녔다. 지역사회 인식개선 활동의 일환으로 모든 마을들을 돌아다니면서 캠페인을 할 때도 항상 그 마을의 CHW들을 불러 마을 사람들에게 소개시키고 이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RHMT, CHMT들도 마을에 나갈 때 마다 CHW 얘기를 해주고 있다. 아직 이런 노력들이 Motivator로 잘 적용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CHW들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CHW의 중요성을 알게 하는 노력은 정말 핵심적인 요소가 아닐까 한다.

두 번째로 큰 Motivator CHW들에 대한 지속적인 슈퍼비전/관심이다. 많은 CHW 프로그램들이 교육 후 Supervision 부재로 인해 흐지부지 끝나버린다. 여기 신양가 주에 속한 다른 군에서 진행되었던 CHW 프로그램들도 슈퍼비전 부재로 인해 허무하게 종료되었었다. 지속적인 슈퍼비전은 CHW들에게는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것이 된다. 그것도 본인들이 한번 만나 볼까 말까 할 정부의 높은 사람들에게서 받는 관심. 이것 역시 Motivator로서 아주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다시 RHMT, CHMT와 함께 시작했다. 내가 여기 있으면서 RHMT, CHMT와 굉장히 많은 건수들로 회의를 하고 수다를 떨었지만, 그 중 단연 최다 횟수를 자랑하는 것은 CHW이다. 덕분에 CHW에 대한 이들의 관심이 굉장히 높아져 있는 상태이다. 키샤푸 CHMT 멤버 중에는 CHW Coordinator가 있다. 지금까지 딱히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았었는데 역할을 높이기로 합의했다. 그 밑에 CHW Officer도 한 명 더 선임했다. 이들과 함께 Supervision form을 함께 만들었다. Supervision의 목적이 fault finding이 되면 효과성은 떨어지게 된다(라고 한 논문이 있었다). 따라서 우리의 목적은 온전히 Technical Support에 집중하는 것으로 잡았다. 명칭 역시도 Technical Supportive Supervision. CHW Supervision Form은 많이 개발되어 있다. 이를 토대로 우리 실정에 맞는, 우리의 목적에 맞는 formRHMT, CHMT들과 열심히 개발했다. 그리고 우리 팀원들과 CHMT와 함께 CHW관련 특별한 활동이 없는 기간 동안에는 무조건 슈퍼비전을 다니고 있다. 3주간의 교육 기간 동안 매일 보면서 안면도 많이 트고 나름 편해진 사람들이 많았지만, 초반에 Supervision을 두려워하는 CHW들을 많이 발견했다. Fault finding이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차분히 앉아서 우리의 목적은 그게 아니고 그냥 너 얘기 들으려고 왔다로 시작되는 슈퍼비전은 CHW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근데 여기서 큰 문제는 각 마을을 정말 여러 번 가고 싶은데 그게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109개 마을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한 마을을 여러 번 방문하는 것일년에 6개월을 슈퍼비전에 투자를 해도 각 마을을 두 번씩 방문하면 성공이다. 참 어렵다

마지막으로는 이들의 역할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과도한 업무량은 De-motivator로 작용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탄자니아 CHW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이들의 업무량은 굉장하다. 이를 축소시키고 깔끔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된다. 정부에서 정해놓은 역할을 마음대로 건드리면 안된다. 다행히도 우리 사업인 모성건강증진 사업은 CHW 역할 범주에 포함이 된다. 그 중에서 CHW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마을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를 정하여 맡겨야 된다. 이를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과 논의를 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정한 CHW의 핵심 역할은 산모를 시설에 보내는 것이다. 중앙보건부의 담당자, RHMT, CHMT, 주변 NGO, 국제기구 들과의 오랜 논의 끝에 산모발견 -> 산모등록 -> 시설에 보고 -> 산전관리 방문 독려 -> 시설분만 독려를 그들의 핵심 역할로 정하고 CHW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1년에 두 번, CHW들을 지역별로 11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미팅을 진행하는데 첫 번째 주제를 CHW 역할 정립으로 정하고 열심히 이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오늘 330일자로 6곳에서 진행했는데, 지금까지는 굉장히 반기는 눈치다. 앞으로 이게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밀고 나가는 수밖에는 없다.

국제보건 사업 현장에서의 답 없는 고민들 첫 번째는 Volunteer-based인 탄자니아의 CHW들을 어떻게 하면 열심히 일하게 할 수 있을까였다. 탄자니아 정부의 규정을 따라 Volunteer로 이들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본주의에 쩔어있는 사회에서 이들이 하루에 한두시간 만이라도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에 대해 엄청 오랜 시간 고민하고 공부하여 조금씩 적용해보고 있다. 마을에서 인정과 존중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 지속적인 슈퍼비전과 관심, 역할 감소 및 명확화 등이 내 수준에서 생각해 낼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지속가능성이고 Local ownership이고 뭐고 다 필요 없이 그냥 모성사망 감소에만 집중하면 쉬운 길은 굉장히 많다. CHW들에게 월급 주고, 시설분만 건 당 인센티브 주면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생각하고, 정부의 규정에 위배되지 않고, RHMT, CHMT들의 참여 및 Ownership을 고려하면서 사업을 하려다 보니 참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길이라도 이 길이 정도(正道)일 가능성이 크다면 그 길을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 긴 글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거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 선배님들, 전문가분들께서 고견을 공유해주시면 너무 감사하겠다.


Asante sana!

댓글

  1. 구구절절히 옳은 얘기예요. 저는 마을 청년을 교육/훈련해서 자기 마을 동생들을 가르치는 volunteer를 키우는 일을 해요. 월급이 없기 때문에 순전히 '자유 의지'로 해야해요. 그러니까 incentive, motivation이 매우 중요하지요. 이 글에 나오는 맥락처럼 여기서도 '내가 우리 동생들을 가르치는 게 자랑스럽고 보람 있어요!'가 가장 멋지고 훌륭한 답이에요. 좋은 이야기 고마워요, 기운내세요~~ 라오스 시골마을에서 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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