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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에서 전하는 C4D 이야기] 트레이닝 어디까지 해봤니? (김형준)

지난 삼일간 디스트릭트 베이스 교육청 직원 대상으로 한 C4D 교육을 마쳤다. 중앙정부 관계자부터 지방에 베이스를 둔 엔지오 파트너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을 때로는 영어로 때로는 현지어를 섞어가며 트레이닝을 해오면서 느낀 점을 조금 나누어보고자한다.

1) 파워포인트는 사치! 
중앙정부 관계자는 다른 일이지만 군(district) 레벨 까지 가게 되면 프로젝트는 물론 랩탑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도너 펀딩이 많은 보건쪽 중앙정부는 맥북쓰고 막 그런다. 허나 교육같은 다른 섹터는 랩탑도 없는 경우가 다반사. 이 사람들에게 나 편하자고 피피티 만들어서 교육하면 나야 편하다. 그러나 이들이 자기 지역으로 돌아가서 커뮤니티, 학교, 병원에 가서 우리가 준 피피티로 똑같이 교육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우린 자신이 없다. 그래서 준비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종이를 자르고 붙이고해서 교육자료를 만든다. 교육 참가자들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 쉽게 replicate 할 수 있도록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 그래서 이런 교육 갈때마다 캐리어 한가득 종이뭉탱이를 들고간다. 구식이고 후져보일지도 모르겠다. 허나 현장에선 이게 적정기술이라면 적정기술이다.

뭐 그렇다고 피피티가 없는 건 아니다. 피피티로 가능한 참가자들에게는 그들을 위한 200슬라이드가 넘는 자료가 있다.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라는게 포인트.

2) 캔유 플리즈 스픽 잉글리시 플리즈? 우스개소리지만 한 영국 사람이 가나에서 트레이닝을 막 진행하다 질문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가나 사람이 물었다. "캔 유 플리즈 스픽 잉글리시 플리즈?" 제발 영어로 말해줄 수 있냐는 거다. 참고로 가나 공용어는 영어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좋은 예. 발음, 억양, 표현법 등이 실제로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나는 나름 코리아나이즈 된 미국 억양을 쓴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에게는 외계영어로 들릴 수도 있다는 것. 듣고 있다고 다 이해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들의 입으로 다시 이해한 내용을 말하게 하면서 강의를 진행하게 된다.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또한 추상적인 컨셉은 영어로 설명하기 보다는 다이어그램같은 만국공통어로 설명하고 논리또한 화살표를 활용해서 학원강의하듯이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꼭 마커 펜과 전지같은 종이가 필요하다. 후진 방법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영어도 여전히 부족한 나에겐 그 영국사람보다 잘하려면 이런 스킬이 필요하다.

특히나 모국어가 영어일수록 그런경우가 많더라. 막 빠르게 쏟아내는데 사람들은 그걸 다 받아내지 못하는. 아무도 그걸 대놓고 얘기하지 않아서 그들이 모를뿐.

3)너와 나의 연결고리나는 관계 지향적인 사람이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소통이 안되면 참 불편하다. 트레이닝도 그렇다. 내가 오브로니 (가나에선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을 일컫는 은어) 퍼실리테이터이지만 여러분과 통하는 게 있다는 연결고리를 만들지 않으면 내내 불편하다. 그래서 난 처음부터 우리 애들 사진으로 시작한다. 네팔에서는 이안이를 made in Nepal product라 그러면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며 나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걸 느꼈다. 이번 트레이닝에서는 이나를 메이드인 가나라고하며 시작했다. 사실인지는 좀 더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지만 ㅎㅎ
이렇게 되면 진행자와 참가자의 거리감도 줄어들뿐만 아니라 이들의 눈에 대학생 정도로 보이던 내가 애 둘 아빠로 보이기 시작하며 조금 인정(?)해주는 그런 일석이조의 감사한 스킬이다.

앞으로 가면 갈수록 내가 직접 디스트릭트레벨 트레이닝을 하는 빈도는 줄어들것이다. 현지 마스터 트레이너 교육을 강화하는 추세이기도 하고 현지직원들이 리드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맞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필드에서 배우는 이러한 스킬과 인사이트들이 기획을 하고,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결정할때에 현장감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 나도 가끔은 본부 같은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니다라며 스스로에게 되새기고 있는 이유는 여전히 이곳에서 배울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김형준 (C4D Specialist, UNICEF Ghana Country Of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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