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이노베이션의 시대다. 개발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기존의 하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 이노베이션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은 기술기반 (technology-based)한 것을 이노베이션이라고 부른다. 그 중 모바일(휴대폰)을 바탕으로 한 프로젝트들이 주를 이룬다.
가나에 와서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들을 많이 담당하게 되었다. 전임자가 워낙 뛰어난 분이셔서 많은 이노베이션의 씨앗들을 뿌리고 갔고, 난 그 뿌려놓은 씨앗을 키우는 역할을 하는 중이다. 오늘은 휴대폰을 가지고 하는 개발에 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쉽게 설명해야 할텐데 말이다.
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하며 사는 시대다. 음식을 시켜먹기도 하고, 운동 코치가 되어주기도 하고, 결재를 하기도 한다. 개발도상국의 핸드폰들도 그에 못지 않은 일들을 해내고 있다. 비록 저가형 스마트 폰이지만, 심지어 노키아 바 폰이지만 페이스북도 얼추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흑백 화면의 노키아 폰으로도 모바일 캐시를 주변 사람들과 주고 받기도 한다.
우리와 용도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핸드폰이 가나 사람들에게도 삶의 중요한 부분이며, 소통, 정보습득의 창구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핸드폰 보급률이 136%라고 한다. 100명에게 136개의 심카드가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는 MTN폰, Vodafone 폰을 따로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포함이 되어있다. 그래서 모두에게 핸드폰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70% 의 가나 사람들이 모바일 데이터(3G/LTE)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 데이터 사용의 대부분은 페이스북과 왓츠앱 (카톡같은 서비스)에 소비가 된다.
그런 모바일이 왜 개발업계의 노다지(?)가 된 것일까? 그것은 비용대비 효과가 좋고, 빠르고 (메세지 직빵), 타켓이 분명하고(특정번호로 직빵), 확장성(번호만 있으면 수십만명에게 한 방에 쫙)도 있고, 게다가 유연(문자 혹은 보이스 메세지로 원하는 방식으로) 하기도 하다. 내가 하는 행동변화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일찍이 모바일을 통한 정보전달, 의도변화, 행동변화 등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일해왔다. 유니세프 가나도 일찍이 그 가능성을 보고 모바일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모로 투자를 해왔다.
우리에겐 AGOO (아구: 한글로 치면 여보세요) 라는 플랫폼이 있다. 질병에 관한, 교육에 관한, 위생에 관한 정보들을 알고 싶을때 본인의 핸드폰에서 5100번을 누르면 공짜로 연결이 가능하다. 가나의 통신시장의 45% 이상을 차지하는 1등 MTN (한국으로 치면 SKT)고객들은 모든 연결이 무료다. 얼마든지 전화해서 원하는 만큼 IVR (Interactive Voice Response: 예를 들어 에볼라는1번, 콜레라는2번, 조류독감은3번 이런 거) 형식으로 미리 녹음된 정보들을 찾아 들을 수 있다.
우리는 테크업체랑 계약을 맺어서 플랫폼을 만들고 실시간 사용자 데이터를 확인 가능하게 대시보드를 구성하고, 전화번호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한다. 동시에 MTN과 협상을 해서 공익의 목적으로 구성된만큼 MTN 사용자들이 공짜로 AGOO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는 유니세프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컨텐츠를 개발하고, IVR을 위한 보이스 레코팅을 7가지 언어로 녹음하고, SMS와 USSD를 위해 짧은 텍스트 메세지도 개발한다. 이 모든게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모든 부분이 자리해야 서비스유저가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고 우리는 그 데이터를 보면서 어떤 메세지를 얼마나 오래듣는지 파악하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메세지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렇게 세워놓은 AGOO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걸까? 바쁜 현대인들이 한가하게 녹음되어 나오는 메세지들을 들을 여유가 있을까? 감사하게도 여기에는 있다. 그런 여유. AGOO는 지난 한해만 70만명의 전화를 받았고, 이것은 매일 2천통이 넘게 걸려온다는 소리다.
모바일 활용의 최대 장점인 짧은 시간안에 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소통하고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다. 그들이 남긴 번호와 정보를 수합해서, 작년에 콜레라가 발생했을때는 정부와 함께 데이터 베이스에 있는 수만명의 그 지역 주민들에게 콜레라 관련된 행동수칙 메세지를 매주 한 번씩 한달간 보내기도 했다. 선거때는 청소년들에게 전화로 설문조사를 해서 청소년들이 바라는 삶, 꿈 등에 관해 조사를 해서 영상을 만들어 티비에 내보내기도 했다. 이렇듯 모바일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활용범위는 어마어마하다.
물론 그렇게 많은 전화를 받기 까지 유니세프는 다양한 홍보를 했다. 가장 컸던 것이 연예인군단과 함께 홍보 영상을 찍었다. 손씻기 메세지와 함께 5100 전화해 베베~하면서 뮤직비디오를 찍어서 5개월간 티비와 라디오에 수천만원을 들여 집중적으로 광고를 했고, NGO 파트너를 통해 전국 고등학교의 90% 넘게 일일이 방문해서 손씻기 위생교육을 하면서 전수로 번호를 모았다. 그렇게 모인 번호와 자진적으로 Agoo에 전화해서 번호를 등록한 사람까지 수십만개의 번호 데이터가 이 플랫폼의 자산이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성별, 나이, 지역을 분류해서 타게팅된 메세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MTN과 하는 재협상이 잘 끝나면 푸시메세지도 공짜로 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그러면 보다 다양한 메세지 캠페인을 연중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AGOO는 하나의 플랫폼일 뿐이다. 아무리 우리가 노력해도 우리는 45%의 가나 모바일 사용자밖에 커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파트너를 찾았고, 이미 보다폰과 MoU를 맺고 사업을 하는 곳이었다. 보다폰 (약 25% 마켓쉐어)까지 합치면 약 70% 정도의 가나 모바일 사용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루트가 생기는 것이다. 그곳과 함께 유니세프의 다른 분야들 (위생, 교육, 아동보호 등) 컨텐츠를 개발하고 유니세프의 full content를 MTN플랫폼인 Agoo에도 보다폰 플랫폼인 3-2-1도 같이 장착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보다폰 유저면 321을 누르면 Agoo에서와 같은 컨텐츠를 본인이 원할때, 원하는 언어로, 듣고 싶은 내용을 찾아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 몇 주간 보면 두 플랫폼을 통해 하루에 4천명정도 정보를 얻어가고 있다. 매일 4천명을 우리는 모바일을 통해 만나서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손 씻자고, 왜 가정에 화장실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왜 모기장 밑에서 자야하는 지를 말이다.
여기까지는 메세지를 개발하고, 시스템을 개발해서 장착시키고, 유저와 컨택을 하고, 데이터를 확보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그래 작년에만 70만명이 들었고, 올해는 100만명넘게 유니세프가 개발한 메세지를 들을 텐데, 그들의 삶엔 무엇이 바뀌는 걸까?” 난 이 질문에 프로그램 담당자로 대답을 해야한다. 그게 업계에 요구되는 accountability고 투자에 대한 퍼포먼스이다.
이것을 위해 이미 2012년부터 IPA라는 기관을 통해 하버드 보건대교수가 리드하는 RCT(Randomized Control Trial: 리서치의 한 종류)가 우리팀과 진행중이고, 곧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과연 모바일을 통한 메세징이 효과가 있느냐는 큰 질문에 답하는 리서치다. 동시에 올해는 IVR 을 통해 미리 녹음된 질문지를 보내서 사용자의 knowledge, attitude, practice를 전후로 체크하는 것도 기획중이다. 매주, 매달 본인의 전화로 걸려오는 메세지를 통해서 말라리아에 관한 정보를 얻은 사람이 일정 기간 후에 얼마나 말라리아에 대해 배웠는지,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를 알아보는 간단하지만 복잡한 실험같은 것이다. 이 모든것이 전통적인 리서치 기관을 통해 질문지를 들고 사람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전화, 그것도 상담원이 필요없는 녹음된 질문지가 수화기 넘어 질문을 하고 답을 회수하는 것이다. 물론 리서치 기관을 통해서 할 수 있지만 십억을 들여 하는 것보다 전화를 통해 IVR을 통해서 하면 비용이 엄청 절감되고 데이터도 빠르게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게 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사실 그렇다. 기존에 하는 방식도 지속되지만 새로운 방법의 일하는 것. 그것이 좀 더 빠르고, 확장성이 있고, 비슷한 혹은 더 큰 임팩트를 가져다준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배워야하는 것이다. 이노베이션의 끝은 얼리어덥터가 배워온 새로운 지식을 조직안에 심고, 그것을 조직 전체의 방향 변화로 이끄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라 모두가 받아들일때 그게 이노베이션의 끝판왕인거다. 애플의 제품이 처음에는 혁신이었어도, 이제는 아이폰이 누구나 원하면 거부감없이 사서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개발로 돌아와보자. 이 프로젝트를 한국에서 한다면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 .컨텍스트가 다르면 솔루션도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몇 분이지만 보이스레코딩을 들을 마음적, 시간적 여유도 없고, 정보의 소스가 워낙 다양해서 정보의 밸류도 떨어진다. 허나 가나, 특히나 젊은이들에겐 이러한 새로운 그러나 저렴한(공짜) 정보채널이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옛날에 우리가 전화로 사서함있어서 거기에 목소리 남기고 들었던 그 시절처럼 말이다.
사실 100% 자신감있게 AGOO나 321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아마 큰 전략을 보좌하는 서브전략정도 될테다. 허나 대부분의 사용자가 20대미만이며, 매번 걸때마다 3분 이상의 시간을 보내며 3개 정도의 메세지를 듣고 있고, 매일 4천명이 이 플랫폼들을 통해 정보를 얻어간다. 그곳에 어떤 정보를 어떻게 얹는가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있는 이유다.
난 모바일에 커뮤니케이션의 미래(까지는 거창하고) 다음 단계의 열쇠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전단지를 찍고 마을마다 돌아다니며 설득하기에는 우리는 펀딩도 줄고 있고, 사람들은 빠르게 정보에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도 이 큰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기에 오늘도 모바일을 통한 개발커뮤니케이션은 진행형이다.
김형준, UNICEF Ghana C4D (Communication for Development) Specialist
x
댓글
댓글 쓰기